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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

3. 오행론의 형성과 전개

by 호두 밖에 gem 2025. 8. 19.

오행론의 정의와 기원

오행론(五行論)은 우주자연과 인간세계의 모든 구성과 현상, 생성과 변화를 木火土金水(목화토금수) 다섯 요소와 그것들의 상호관계(相生相剋)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五行은 본래 백성들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자연의 다섯 가지 재료라는 의미의 五材(오재)에서 추상된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러한 오행의 추상화 과정에서 오행의 다양한 의미 확대 및 상극과 상생의 관계론이 형성되었고, 이를 통해 우주자연으ㅟ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오행론으로 발전하였을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오행의 상생과 상극

 

1. 오재(五材)와 육뷰(六府)

춘추좌전(春秋左傳)에서 五材는 "하늘이 다섯 가지 재료를 낳아 백성들 모두 그것들을 사용하니 그중 하나라도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五材는 물, 불, 쇠, 나무, 흙 다섯 가지로 이해되었으며, 六府(水火金木土穀)는 오재에 곡식이 더해진 개념이다.

2. 서경 홍범(洪範)의 五行

『서경(書經)』 「홍범」편에 나타나는 五行은 오행설 형성 과정을 연구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홍범의 五行은 기본적으로 五材에서 발전한 것으로, 오행의 數·性·味가 확대된 형태를 보여준다.

 
「홍범」의 오행 배속표
오행
순서(數)
성질(性) 윤하(潤下) 염상(炎上) 곡직(曲直) 종혁(從革) 가색(稼穡)
맛(味) 짜다(鹹) 쓰다(苦) 시다(酸) 맵다(辛) 달다(甘)

 오행의 성질

水 윤하(潤下) : 주변을 적시며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물의 성질
火 염상(炎上) : 주변을 태우며 위로 솟아오르는 불의 성질
木 곡직(曲直) : 굽어 자라거나 곧게 자라나는 초목의 성질
金 종혁(從革) : 상황(가공)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금속의 성질
土 가색(稼穡) : 곡물을 심고 거두는 땅의 주된 특성

 

 오행과 오미의 관계

水의 짠 맛 : 물에서 소금이 생김
火의 쓴 맛 : 불에 탄 것의 맛
木의 신 맛 : 나무 열매의 맛
金의 매운 맛 : 금속의 맛
土의 단 맛 : 땅에서 난 곡물의 맛

 

 

3.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타나는 五行

춘추좌전의 五行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1. 昭公(소공) 재위 시기(B.C.540~B.C.510)부터 기록에 등장
  2. 하늘의 六氣 짝을 이루어 땅의 五行으로 서술
  3. 五味·五色·五聲·五官·五正·五祀 등 오행의 다양한 의미 확대
  4. 오행이 점술에 사용되며 일정 정도의 상징체계를 구성
  5. 오행상극설(五行相勝說)의 萌芽: "水勝火(수승화)", "火勝金(화승금)" 등의 용례 출현
 
 

4. 전국시대의 오행론과 오행상극설

전국 초기에 성립된 『묵자(墨子)』와 『손자(孫子)』에는 오행에는 항상 이기는 것이 없다는  "五行無常勝(오행무상승)"이란 말이 보인다. 이는 하나의 五行에는 자신이 이기는 五行도 있고 자신을 이기는 五行도 있다는 뜻으로 五行相剋說을 나타낸 것이다.

『손빈병법(孫臏兵法)』 「지보(地葆)」편에는 五行相剋說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

청색이 황색을 이기고, 황색이 흑색을 이기고, 흑색이 적색을 이기고, 적색이 백색을 이기고, 백색이 청색을 이긴다"

5. 추연(鄒衍)의 오덕종시설

 추연의 생애와 활동

추연(B.C.305?~240?)은 제나라 직하학사(稷下學士)로서 맹자보다 후배이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으며, 기원전 300년을 전후로 주로 활동하였다. 그는 제선왕 외에도 양혜왕, 평원군, 연나라 소왕과 교유하였으며, 그의 저작으로는 「괴우지변(怪迂之變)」, 「종시(終始)」, 「대성(大聖)」편 등이 있었다.

 

※ 직하학사는 제나라의 직하학궁에서 활동한 학자를 말한다. 제나라의 수도 임치의 남문을 직문이라 하였는데, 그 직문 아래(稷下)에 그들이 거처하며 강학하던 건물이 위치하였기에 직하학사라 부른다. 직하학사 중에는 맹자와 순자도 있다.

 

오덕종시설의 내용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은 왕조의 교체를 五行의 상극관계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응동(應同)」편에 따르면 황제(黃帝)의 토덕(土德)  이래로 이전 왕조와 상극관계에 있는 오행의 덕을 얻은 자에 의해 왕조 교체가 이루어 지고, 새 왕조가 출현할 때에는 그 오행의 덕에 상응하는 기(氣)의 상서로운 조짐이 발생하며, 새 왕조는 자신의 왕조에 대응하는 오행의 덕으로 국가의 제도, 문물 등을 개편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왕조를 지속시키지 못하고 다음 덕의 왕조로 교체된다는 것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응동(應同)」편의 오덕종시설
오덕(五德) 제왕(帝王) 징조 오색(五色)
土(토) 황제(黃帝) 큰 지렁이, 큰 땅강아지 黃(황)
木(목) 우(禹) - 하(夏) 초목이 가을·겨울에도 시들지 않음 靑(청)
金(금) 탕(湯) - 은(殷) 칼이 물에서 나옴 白(백)
火(화) 문왕(文王) - 주(周) 붉은 까마귀가 단서(丹書)를 물고 주(周)의 사당에 모여듦 赤(적)
水(수) 진(秦) ? 黑(흑)
추연은 새 왕조의 탄생을 알리는 수(水)의 징조에 대해서는 명황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이는 의도적인 것으로 오덕종시설에 능통한 자신이나 자신의 학파를 초빙하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오덕종시설은 진시황에게 채용되어 진 왕조의 정통성 확보 및 제도 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6. 진시황의 오덕종시설 채용

진시황은 추연의 五德終始說을 채용하여 水德에 맞게 국가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였다. 이는 새 왕조의 정통성을 뒷받침하고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진시황의 수덕 (水德)에 따른 제도 개편
제도 1년의 시작(曆法) 복식(色) 도량형(數) 12律(音) 국가운영원칙(事統) 황하 명칭(河)
수덕(水德) 음력 10월(冬) 黑色(흑색) 六(6) 大呂(대려) 法(법) 德水(덕수)

진시황은 음력 10월 즉 해(亥)월을 정월로 삼아 이달 초하루를 1년의 시작으로 하는 새 역법을 만든 것이다. 오행론에서는 겨울 해자축(亥子丑)월이 水의 계절이다. 또한 水의 색인 검정색(黑) 을 복식(服飾) 등에서 상위의 색으로 정하여 숭상했고, 水의 수인 6을 도량형 등 제도문물에 있어서 기준수로 정하였다. 또한 진시황은 법(法)을 일의 통솔원리(事統)로 삼았다. 이는 법을 국가운영의 제1원칙으로 삼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법이 오행의 수덕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법을 수덕으로 명시한 예는 없지만, 유가에서 말하는 오상(五常: 인간이 항상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의 오행 배속에서 수(水)와 법(法)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는 있다. 통상 오상의 인(仁)은 木, 의(義)는 金, 예(禮)는 火, 지(智)는 水, 신(信)은 土에 배속하고 있다. 유가에서 지(智)는 옳고 그름(是非)을 판단하는 것이며, 법(法) 또한 시비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법은 지와 같이 수에 배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의 통솔원리로서 법을 강조하면서 인은화의(仁恩和義)를 비판하고 있다. 仁은 木, 義는 金에 해당하므로, 인은화의(仁恩和義)에 대한 비판 또한 국가 운영의 통솔원리(事統)에 있어서도 자신의 왕조의 오행과 다른 원리들을 배제하겠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진시황의 이러한 제도 개편은 단순히 이론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현됨으로써, 새 왕조의 지배질서 강화 및 통일제국의 제도정비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이는 음양오행론이 진한(秦漢) 등 새 통일왕조의 우주관 및 세계관으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결론

오행론(五行論)의 형성과 전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민생용 자연 재료(五材, 六府)에서 출발
  2. 춘추 말기 : 점술과 결합하여 상징체계 형성
  3. 전국 초기 : 五行相剋說 등장
  4. 전국 중기 : 추연의 五德終始說 완성
  5. 전국 말기-진 : 국가 제도로 채용되어 실현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점술과 병법 등 실용적 학문이 오행론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하였으며, 특히 추연의 五德終始說은 단순한 철학 이론을 넘어 정치적 정당성을 제공하는 실용적 이데올로기로 기능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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